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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지금은 주민자치와 공동체의 싹을 자를 때가 아니고 무럭무럭 키워갈 때다
10여 년 전 고양시는 100만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전국 평균 이하 수준의 주민자치・마을공동체・시민참여 불모지였다. 고양시의 초창기 참여・자치・공동체 활동가들은 시장・시의회・공직자들과 때론 얼굴을 붉히고 때론 협력해가며 이 척박한 땅에 자치와 공동체의 싹을 틔워왔다. 우리나라의 자치와 공동체 수준이 워낙 낮은 탓이긴 했지만, 몇 년 안 가서 고양시는 자치・공동체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벗고 몇몇 분야에서는 앞서가는 도시로 인정받기도 했다. 마을 구석구석에서, 도시와 농촌의 여러 동에서, 시의 행정과 각종 기구에서 자치와 공동체가 의미있는 화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역주민 입장에서 지방자치의 핵심은 시정참여를 포함한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다.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을 얼마나 이양받느냐가 지방분권의 척도라면, 지방정부가 이양받은 권한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위임하느냐가 주민자치의 척도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모든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에게는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제 막 태어나 자리를 잡아가려는 고양시의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들에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고양시의 2023년도 자치・공동체 관련 예산 대폭 삭감은 지방자치의 발전에 명백히 역행할 뿐 아니라 관련 조례 등 여러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의 정책은 예산으로 말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자립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거나 예산 없이도 정책은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시의 해명은 현실과 사리에 부합하지 않는 궤변일 뿐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 주민자치회가 준비가 덜 됐으면 역량 강화 예산을 더 투입하여 주민들의 자치 역량을 키워가는 게 옳지, 마중물로 주는 자치활성화사업 예산을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삭감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옳지 않다. 고양시의 신생 37개 동 주민자치회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고, 다른 7개 동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동네의 주인으로 서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때다. 차라리 고양시는 주민자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조례부터 바꾸고 나서 예산을 삭감하시라.
둘째,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예산을 운영비와 인건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게 편성해놓고 운영의 내실화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궤변이자 위법한 조치로 심각한 쟁송을 초래한다. 이대로 예산이 확정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9명 정규직원과 계속 근로 기대권을 주장하는 계약직 활동가의 임금은 어떻게 지급할 것이고, 임대료 등의 운영비는 무슨 돈으로 낼 것인가? 무엇보다도 주민공모로 진행되던 마을공동체 사업은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은 외부기관을 포함한 계약직 주민자치 컨설턴트와 마을꿈활동가들이 해왔는데, 향후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여 자치와 공동체를 키워나가겠다는 말인가? 차라리 고양시는 앞으로 마을공동체 지원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조례부터 바꾸고 나서 예산에 칼을 대시라.
고양시 집행부의 11월 21일 예산파행편성 폭거는 시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시장의 주민무시 행정이고,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은 수탁단체에 이런 터무니없는 예산을 갖고 조례에 규정된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은 총칼만 손에 들지 않은 심대한 행정폭력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조치를 지방자치단체가 관계자들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취했다는 데에서 지방자치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남은 시의회의 심의기간 동안 이처럼 부당한 행정이 바로잡혀 더 큰 문제를 낳지 않고 부디 지방자치의 발전에 역행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열흘 동안 자치・공동체 관련 예산 재수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함께 한 1,500여 명의 자치・공동체 활동가와 뜻있는 고양시민들은 고양시의회와 고양시 집행부에 다음 사항을 촉구한다.
하나, 고양시의회는 시 집행부에 2023년도 자치와 공동체 관련 예산을 올해 2022년도 수준으로 수정 제출할 것을 요구하라.
하나, 고양시장은 자치와 공동체 관련 예산을 올해 2022년도 수준으로 재수립하여 의회에 다시 제출하라.
2022년 12월 19일
2023년도 고양시 자치・공동체 예산의 재수립을 촉구하는 자치・공동체 활동가 및 함께하는 고양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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