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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흔히 이상과 현실의 조화라고 말합니다.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은 정치는 공허하거나 아님 사기 또는 공염불이기 십상이라는 거죠. 그만큼 정치는 어렵고 또 세심하고 진중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말로 이해합니다. 대중들의 관심과 의식이 높아지면서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대중들이 이전의 소수 정치 선량들의 전유물이던 고급 정보들을 상당 부분 공유하게 되면서 정치인의 특권은 많이 사라지고 책임은 더 막중해진 요즘, 정치인 하기가 쉽지만은 아닌 세상입니다.


그런데 촛불혁명 이후 집권한 민주당에서 보이고 있는 과대망상적 이상 징후들을 더 이상 보고 넘길 수만은 없어 짧게 한마디 하려 합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최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과거 9년 극우보수정권의 말도 안되는 악정의 반대급부일 뿐입니다. 국민들이 아무래도 이전의 함량미달의 못된 정부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에서 문대통령과 민주당을 밀어주고 있을 뿐이라는 거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 추이에 따라 대중들의 지지는 널뛰기하거나 어쩌면 급전직하할 수도 있습니다. 15년 전의 경험을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중앙정치무대는 그래도 언론에서 많이 다루는 편이니 생략하고 지역현장으로 좁혀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첫째, 2인 선거구 절대다수의 현상 유지, 다시 말해서 사라져야 마땅한 자유한국당과의 과두정치 구도 온존 결정은 아마도 곧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가 지역혁신의 크나큰 장애물이 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둘째, 민주당 간판만 달면 99% 당선이라는 기대와 환상에 사로잡혀 한여름밤 불을 찾아 달려드는 부나비마냥 다투어 모여드는 선량 후보자들과 그간 별다른 인재 양성 노력도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는 당 책임자들의 태도는 정말 한심한 수준입니다. 지역에서부터 사회를 혁신해갈 동력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패착이 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도의 환상에 갇혀 보다 큰 틀의 진보개혁 연대를 꿈도 꾸지 않고 시도조차도 하지 않으려 드는 민주당의 태도 또한 머지 않아 큰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속 들여다보면 민주당, 정말 준비 안됐습니다. 그나마 그런 조건 하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당원들이 일부 있었을 뿐이죠. 구 여권과 다름없는 비전 없는 개발론, 대책없는 일자리론을 재탕삼탕하는 선량 후보들이 넘쳐나고, 그들이 지역의 주요 후보로 거론됩니다.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통 크게 연대하려는 의연한 진보개혁 후보자, 민주당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넷째, 이미 아닌 것으로 사실상 판명난 전현직 선량들에 대한 단호한 평가와 조치들도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큰 틀의 성공을 위해 내부의 작은 티는 드러내지 말자는 조직보존주의가 팽배한 것으로 비칩니다. 이렇게 국민 지지도가 높은 판에 내부 개혁을 못한다면 또 어느 천년, 어느 기회에 하시려고? 이렇게 좋은 기회에도 트로이의 목마와도 같은 당내의 암적 존재들 청산하지 못하는 정당, 글쎄요, 결국 목마 속에 숨은 병사들에 발목 잡히고 말 겁니다.


쓰다 보니, 별 중요한 문제도 아닌 것 같은 일에 괜히 과도하게 신경을 쓴 것 같아 이만 줄이렵니다. 나 자신부터 현실적 사고가 너무 지나쳤던 거 아닌가 반성해봅니다. 낼 아침 맑은 정신에 보면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또한 현실정치를 생각하는 나의 오늘의 기록이니 걍 올려두렵니다. 책임있는 어떤 분이 이 하찮은 글을 염두에나 두실지 모르겠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