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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동환 고양시장을 고발하는가(8-)

 

16.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상황 끝이고 원상복구도 사실상 불가능한 판에, 뭐 그리 힘들여 문제제기를 계속하느냐고? 현 고양시장은 마을공동체나 주민자치에 1도 관심없는 것 같은데 되지도 않을 일에 왜 헛심 쓰느냐고? 그러다가 괜히 불이익만 더 당하는 거 아니냐고? 일견 타당하고 또 현실적인 이야깁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만은 않고 또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어서도 안 됩니다. 힘이 지배하는 인간사회에도 윤리와 도덕, 상식, 그리고 최소한의 법규가 버젓이 살아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잘못한 자가 죄의식도 없이 큰소리치며 살고 잘못이 없는 자가 어처구니없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갈수록 적어지는 사회가 좋은 세상이겠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잘못한 자에게는 벌을 주어 일벌백계하고 부당한 일을 당한 자는 피해를 회복해야 합니다. 잘못된 관행과 권한의 남용은 뿌리뽑고 보편적인 상식이 우리의 행동규범이 되게 해야 합니다. 센터 예산 대폭삭감과 거기서 비롯된 센터 위수탁 협약 해지는 그 시작부터 위법부당한 행정폭력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4년 임기의 고양시장이 자신의 본분과 한계, 그리고 책무를 자각하여 향후 시정운영의 지표와 경계로 삼기를 원합니다.

=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학교이자 민주주의의 산실입니다. 자치공동체의 활성화는 그 어떤 정책보다도 소중하고 가성비도 높은 사업입니다. 10여 년간 키워온 마을생태계와 자치생태계가 큰 손상 입지 않고 하루빨리 복원되어 무럭무럭 성장해갈 수 있도록 고양시가 이제라도 재각성하여 제도와 정책, 예산의 모든 면에서 정성으로 뒷받침해주기를 원합니다.

= 자치공동체센터와 동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많은 활동가들을 선발, 육성하여 마을 일꾼으로 길러왔습니다. 센터 소속 직원과 활동가들만도 수십 명이고, 마을마다 동마다 많은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자치와 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고양시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자산들입니다. 이들의 귀한 능력을 사장하지 말고 이들을 고용승계하거나 이들에게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고양시의 미래를 밝히는 일에 힘을 보태게 하십시오.

= 수탁법인이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닌 일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센터 운영권의 원상회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피해회복과 명예회복에 힘써 사회의 당당한 성원이자 한 주체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17. 다시, 시민이 주인인 도시를 향하여

 

10여 년 전 고양시는 100만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전국 평균 이하 수준의 주민자치마을공동체시민참여 불모지였습니다. 고양시의 초창기 참여자치공동체 활동가들은 시장시의회공직자들과 때론 얼굴을 붉히고 때론 협력해가며 이 척박한 땅에 자치와 공동체의 싹을 틔워왔습니다. 몇 년 안 가서 고양시는 자치공동체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벗고 몇몇 분야에서는 앞서가는 도시로 인정받기도 했죠. 마을 구석구석에서, 도시와 농촌의 여러 동에서, 시의 행정과 각종 기구에서 자치와 공동체와 참여가 의미있는 화두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발족한 자치공동체지원센터는 고양시의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 크고 작은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지역주민 입장에서 지방자치의 핵심은 시정참여를 포함한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입니다.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을 얼마나 이양받느냐가 지방분권의 척도라면, 지방정부가 이양받은 권한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위임하느냐가 주민자치의 척도인 거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모든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에게는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이죠. 이제 막 태어나 자리를 잡아가려는 고양시의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들에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고양시의 작년 11월 예산 75% 삭감편성 폭거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얼음폭탄을 투하하는 심대한 행정폭력이었고, 1/4의 예산으로 1년치 사업계획서를 수정제출하지 않는다고 센터 위수탁 협약을 해지한 것 또한 심각한 권한남용이자 계약위반이었습니다. 더욱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정행위를 지방자치단체가 관계자들과 한마디 협의도 없이 강행했다는 데에서 지방자치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사태였습니다. 시민은 여전히 도시의 주인이나 협력 파트너가 아니었고, 지배의 대상, 기껏해야 행정서비스의 대상이나 도시경영의 고객에 지나지 않았던 거죠.

 

베드타운인 고양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해법으로 제시되는 방안들을 들여다보노라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오늘날 주민 동의 없이, 주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어디 있던가요. 특히 주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에 깊숙이 관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나 현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데 힘쓰고 각종 기구와 제도를 만들어 주민참여를 활성화하려고 애쓰는 것은 그 때문이죠.

거대 베드타운인 고양특례시 최대의 자산은 시민입니다. 도시기반도, 산업기반도 몹시 취약한 고양시의 가장 확실한 자산은 이곳 고양특례시에 지금 살고 있는 108만 고양시민입니다. 고양시의 정책은 108만 고양시민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을 때 빛을 발합 니다. 시민들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에게 기회와 권한을 주는 거죠. 시민들에게 다양한 참여의 기회를 주고,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주는 권한과 예산을 차츰 늘려가며 참여의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이를 엄밀히 평가하여 제도화함으로써 주민자치의 기틀을 갖추고 발전시켜가는 것입니다.

고양특례시가 시민과 함께하는 역동적인 도시가 될지, 시민과 싸우며 질곡에 빠지는 도시가 될지는 향후 몇달간 고양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들 잘 추슬러 꽃피우게 하고, 새로운 씨앗 뿌리고 물 주어 기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 4년 만에 무슨 대역사를 일구겠다고 죄 갈아엎고 돈키호테마냥 험난한 가시밭길 가리키며 날 따르라 외쳐만 대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세상에 왕도는 없습니다. 주변 찬찬히 살펴 방향 잘 잡고,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냉정하게 판단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내딛는 것이 결국엔 지름길입니다. 이동환 고양시장과 간부 공무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합니다. (끝. 20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