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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이 있은 지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이 지나도록 그 후속조치에 손을 놓고 있던 이명박 정부에서 전국 합동유해봉안소와 합동위령공간을 추진하고 있다네요. 이제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거나 칠순, 팔순 노인네가 된 유족들이 이역만리 타향을 어떻게 찾아가 어떻게 제사를 지내고 어떻게 성묘를 하라고요. 고양시와 경기도 차원의 금정굴 유해안치 및 고양평화공원 조성과 엇나가는 방침입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지는 말아야 할 텐데...  이래저래 다시 뜻을 모을 때입니다.

 

전국유족회에서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국 합동유해봉안 및 합동위령공원 조성에 대한 전국유족회의 입장

유해안치 및 위령공원 조성은 유족들의 희망을 우선해야 한다



미흡하나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전쟁기 민간인집단희생사건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있은 지 많게는 5년에서 적게는 2년의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루어진 사건의 위령사업과 명예회복, 재발방지책 등의 진실규명 후속조치마저도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진실규명만 되면 만사가 해결될 줄 알았던 피해 유족들의 가슴을 또 다시 멍들게 하고 있다.


그나마 뒤늦게 추진하고 있는 전국 위령공원 조성마저도 피해 유족들의 뜻을 폭넓게 수렴하지 않은 채 단일 합동공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국의 피해 유족들은 낙담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유해의 단일장소 봉안, 단일 합동공원 조성은 타당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전쟁기 민간인집단희생사건의 유해 매장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곳만 해도 전국 각지의 수백 곳에 이른다. 진실화해위에서 발굴하여 충북대에 임시보관하고 있는 유해는 그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고양금정굴, 경산코발트광산, 경남 김해의 유해는 유족들 또는 지역사회의 자체 발굴 후 따로 보관하고 있으며, 진실화해위 발굴 유해 중에서도 경남 진주보도연맹 사건의 유해 또한 유족들의 충북대 행 반대로 따로 보관되고 있다. 이후 유해 발굴이 재개되어 전국 수백 곳의 유해를 모두 발굴할 경우, 그 유해들을 한곳에 모아 함께 봉안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전국 합동봉안소에서 거리가 먼 유족들이 그에 동의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동봉안소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충청도 지방을 제외한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지의 거의 모든 유족들이 전국합동위령공원 조성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2. 민간인집단희생사건 유족들의 가장 큰 아픔 중 하나는 억울하게 죽어간 부모형제자매의 시신도 수습, 확인하지 못한 채 남들처럼 떳떳이 제사도 못 지내고 성묘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족 1세들은 연로하여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고, 쉬쉬하는 통에 아직도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하는 유족 2세, 3세들은 아예 조상을 잊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 60년이 지나 어렵게, 어렵게 찾은 조상들의 유해를 먼 타향에 묻어두고 명절 때마다, 제사 때마다 그곳을 찾아 성묘하라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가까운 곳에 유해를 봉안하여 이들로 하여금 뒤늦게나마 후손 된 도리를 다하게 하는 것이 뒤늦게 진실을 밝힌 국가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3. 고향에 유해를 봉안하고 위령공원을 조성한 제주4.3사건의 수십 배, 거창사건이나 노근리사건의 수백 배 희생자를 낸 전국 민간인희생사건들의 유해를 한 곳에 봉안하고 단일 합동위령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형평성에 심히 어긋나는 처사다. 형평성의 상실은 국가와 사회의 안정성을 저해한다.


4. 중앙정부 차원의 위령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고양시에서 고양금정굴 유해를 인계받아 임시 봉안하고 위령공원 조성을 추진하며 경기도에서도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경기도와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등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체에서 독자적인 유해봉안 및 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지역사회 및 지방자치체의 자체 움직임을 고무하고 지원하며 지역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안는 지방자치 정신을 살려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혹여라도 이에 제동을 건다면 이는 진실규명과 후속조치를 지연시킴으로써 부정의를 행한 정부의 부정의에 또 한 항목을 추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전국의 유해안치 및 위령공원 조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 유해안치 및 위령공원 조성 시 유족들의 희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 전국 합동위령공원은 필요하다. 다만, 전국 합동위령공원에 유해를 봉안하는 것은 유족들이 희망하는 지역에 한해야 한다.


- 전국합동유해봉안을 원하지 않는 지역의 유해는 유족들이 원하는 곳에 봉안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다만, 예산 및 관리를 고려하여 광역지자체 별로 한두 곳을 지정하여 합동봉안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추가 발굴할 유해의 봉안을 염두에 둘 경우 광역지자체별 합동봉안소는 더욱 절실해진다. 광역 단위의 합동봉안소 주변에 소규모의 광역 위령공원을 조성하여 위령사업과 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참고로, 유해매장 추정지가 그리 많지 않은 수도권 지역의 유족들은 고양금정굴 일대에 수도권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있다.


2012년 5월 29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