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이 막혀 펜을 멀리한 지도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긴 것 같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갈수록 생각은 많아지고 행동은 굼떠진다. 외부의 자극에라도 정신 좀 차려볼까 해서 회보 원고청탁을 덜컥 수락했다가 며칠째 끙끙 앓고 있다. 그렇다고 이 잔인한 계절에 음풍농월이나 신변잡기를 늘어놓고 있기엔 좀 그렇고 해서 고민 끝에 요즘 머릿속을 빙빙 맴도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한번 적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거기다 글이 길어지기까지 하면 그 또한 민폐일 터. 형식이나 논리, 흐름 따지지 않고 메모 형식으로 간략하게 생각을 풀어가보겠다. 요즘 내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가장 저질스런 인간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뉴스 보기도 싫고 세상 돌아가는 ..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당선을 위해 일하지 않고 두어 걸음 떨어져서 선거를 조망하며 지냈다. 역시 떨어져서 보아야 잘 보인다 했던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정말 심각하다. 집권당에서는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성공뿐이다. 야당에서는 무조건 반대 외에 뭘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런 당을 누가 믿고 표를 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두 거대정당의 소수정당 몫 비례대표 가로채기는 거의 날강도 수준으로, 우여곡절 끝에 법제화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만신창이가 됐고, 기대를 모으던 소수정당들의 국회 진출은 요원해졌다. 그나마 제도권에 발 뻗고 있던 정의당, 민생당, 국민의당 정도나 이따끔 눈에 띌 뿐 다른 소수정당들은 가시권 밖으로 한참 비껴나 있고, 미증유의 코로나 시국 속..
1.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단상. 이젠 분명한 언어로 말할 때가 됐다. 5월초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사태가 결국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억울해도) 죽어야 산다는 진리를 외면한 구당권파는 결국 물귀신 작전으로 당을 침몰시키고 진보진영 전체를 늪 속에 빠뜨리고 있다. 당의 마지막 서버를 지키려는 싸움은 눈물겹지만, 당신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는 슬프게도 극소수다. 제3정당의 서버를 압수하는 검찰의 행태는 권력의 개의 만행이지만, 검찰을 불러들인 건 슬프게도 당신들이다. 억울하겠지만, 투표에서는 단 0.1%의 부정도 큰 건데 당신들은 애써 그것을 비호하여 그 책임을 뒤집어썼고, 연거퍼 무리수를 두며 상황을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왔다. 이제 상황은 사실상 끝났고, 되돌릴 기회는 애석하게도 더 이상 없다. ..
총선 평가가 활발하다. 민주진보진영의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가는 듯하다. 물론 늘 그랬듯이, 또 처방을 두고 좀더 우클릭해야 한다느니, 좀더 좌클릭해야 한다느니 씨름하며 한동안 이전투구를 벌이겠지만... 논객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민주당의 지도력 및 전략 부재와 전망 제시 없는 반MB 올인, 보수정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민주진보 정당들의 공천 잡음과 야권연대 잡음 및 파열음, 하층 서민들에게 투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 정책의 빈곤 등이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아쉽게 느껴진 것은 민주진보 정당들이 아직까지도 하층 서민들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고, 그에 대한 전략도, 전술도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투표 안 할 사람들이라고 하층 서민들을 버린 채 민주진..
자식들이 연달아 대학입시를 치르다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수험생 학부모가 돼버렸습니다. 먹고사는 일, 위를 향해 올라가는 사다리 타기, 내 자리 챙기기에 비교적 초연했던 터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내심 느긋했는데, 아이들이 연달아 입시전쟁에 내몰리며 악전고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 틈틈이 입시자료도 뒤적여보고 정책도 눈치껏 살펴보고 각종 뉴스와 정보도 흘낏거려보지만 딱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과목만 잘해도, 한 가지 능력만 특출해도, 학교 수업만 충실히 들어도 누구나 대학 갈 수 있다는 7차 교육과정 수립시의 호언장담은 어디에서도 실현될 곳을 못 찾겠습니다. 혹시 정책 입안 결정자들이 교육 토양이 척박하고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구조를 가진 시골 한구석의 대학들..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맹박이’가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70-80%도 아니고 기껏해야 40-50% 정도니 사실 특별난 건 아니지만, 작년 이맘때 10-20% 대에서 쩔쩔 매던 것에 견주어보면 ‘고공 행진’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돌이켜보면, 왕조 시대의 임금보다도 훨씬 더 큰 권력을 갖고서 수십 개의 칼을 동시에 휘두를 수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40-50%에 그치는 것을 ‘고공 행진’이라고 위안하는 작자들이나 그 정도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나 모두 정상은 아닌 것 같지만, 만사가 상대적이다 보니 그런 착시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철저하게 가진 자들을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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