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자는 구름 속의 번개와 바람 앞의 등불 같고, 가만히 있기를 즐기는 자는 불꺼진 재와 메마른 나무 같다. 모름지기 멈춘 구름과 잔잔한 물 가운데에 소리개 날고 물고기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느니, 이것이 바로 도를 깨친 자의 마음이니라. -- 홍자성(1600년경), 22장 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보게 된다. 바람처럼 번개처럼 휙휙 날아다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으나 나중에 알고 보면 별 실속도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약이라면서 마냥 죽치고 앉아 만년 그 모양 그 꼴인 사람도 있다. 반면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도 세상을 훤히 꿰면서 정곡을 찌르는 비범한 사람도 있다. 중국 5천 년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책, . 책 이름이 얘기하듯이 은 무나 배추..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노예의 주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 -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링컨의 연설 중에서 노예해방의 기수로 불리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그는 켄터키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모진 고생을 겪으며 마침내 대통령에까지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정규교육이라고는 10달밖에 받지 못했으나, 책 읽기를 좋아하여 계모가 가져온 5권의 책 를 읽고 또 읽어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 키케로와 데모스테네스의 연설집, 셰익스피어의 작품집 등에서 영웅들의 행적을 탐독하고 유클리드 기하학도 열심히 읽었다. 이러한 독서를 통해 그의 뛰어난 영어 산문체와 간결하고 논리적이며..
‘우리’ ‘우리’ 하지 말고, ‘난 이제 글렀소.’ 하시오 - 아이소포스(B.C. 620?-564?) 이야기 하나. 한 사람이 강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가 한쪽 강둑에서 맞은편 강둑으로 가로질러 그물을 쳐놓고는 밧줄에 돌을 매달아 물을 마구 쳤다. 놀란 물고기가 방향을 잃고 그물 속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그것을 보고 깨끗한 식수를 흐려놓는다고 꾸짖었다. 고기 잡는 이가 말했다. “강물을 이렇게 흐려놓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굶어죽어요.” 이야기 둘. 새 사냥꾼이 그물을 펼쳐놓고 길들인 비둘기를 그물에 매어놓았다. 그러고는 얼마쯤 떨어진 곳으로 가서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멧비둘기가 날아와서 그물에 걸렸다. 사냥꾼이 급히 달려와 멧비둘기를 잡아들자 멧..
물과 불은 기氣는 있지만 생명이 없고 초목은 생명은 있지만 지각이 없으며 짐승은 지각은 있지만 예의가 없으니, 오직 사람만이 기도 있고 생명도 있으며 지각도 있고 예의도 있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 그러나 힘으로 말하면 소를 당할 수 없고 달리기로 말하면 말을 당하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소와 말을 부리니 어째서인가? 사람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나 소나 말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 순자(B.C. 298?-235?), 왕제王制편 ‘인간의 본성은 악하여 날 때부터 이익을 좋아하고 질투하고 증오한다.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쟁탈과 살육이 일어나므로 예의로써 그 악한 본성을 교정해가면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성악설의 주창자로 우리 귀에 익숙한 순자. 그는 춘추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로, ..
임금님은 벌거숭이잖아.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 어른이 돼서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를 다시 읽는 느낌은 색다르다. 짧은 이야기 속에 함축된 깊은 진리에 새삼 놀라고 자유롭고 기발한 스토리 전개에 탄복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어릴 때 그토록 엄청난 진리와 정의와 사랑과 용기와 상상력의 세례를 받으며 자랐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그런 자각은 세파에 휩쓸려 많은 것들을 잊은 채 무딘 감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실 속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추로 이어져,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이토록 나의 오감을 무디게 하고 내 눈에 꺼풀을 씌운 것이 무엇이며, 이토록 나의 마음을 갉아먹고 내 머리를 녹슬게 한 것이 또 무엇이며, 이토록 나의 손발을 묶고 내 발목을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B.C. 624?-545?)에게는 유명한 일화 두 개가 전해내려온다. 하나는 꾀부리다가 죽음을 자초한 나귀에 관한 이야기다. 탈레스가 어느 날 나귀 등에다 소금을 싣고 장에 가는데, 나귀가 개울을 건너다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졌다. 다시 일어선 나귀는 짐이 가벼워져서 기분이 좋았다. 얼마 후, 이번엔 솜을 싣고 같은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 지난번의 기억을 되살려낸 나귀는 미끄러지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물 속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나 물 먹은 솜이 이만저만 무겁지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끙끙대다가 일어서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편안함을 꾀하여 얕은 수를 부리는 것을 매섭게 질타하는 이야기다. 머리에 인용한 경구의 출처는 두 번째 일화로서, 천문학과 점성술에도 관심이 많던 탈레스가..
만일 미친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큰길로 나간다면 나는 목사라고 해서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나 치러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나 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한테서 핸들을 뺏어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2권 중 ‘유태인 문제와 교회’ ((대한기독교서회, 1967) ‘해설’에서 재인용) 히틀러와 나치의 광기가 독일을 지배하고 온 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우던 시절, 땅도 하늘도 숨을 죽이고 나치의 이념과 군홧발이 사람들을 질식시켜가던 히틀러 치하의 독일. 한 마디만 뻥긋 잘못해도 그 살벌한 게슈타포의 마수에 걸려 쥐도 새로 무르게 사라지던 당시 독일에서도, 양심의 목소리는 비록 모기 소리만큼 작을지라도 ..
한 마리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절실히 날기를 원할 때 나비가 될 수 있다. - 트리나 폴러스 노랑 애벌레가 고치를 짓고 있는 애벌레에게 묻는다. “어떻게 나비가 될 수 있나요?” “한 마리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절실히 날기를 원할 때 가능한 일이란다.” “목숨을 버리라는 말씀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 너의 겉모습은 죽어 없어질 테지만 너의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을 거야. 삶에 변화가 온 거지 목숨을 앗긴 건 아니란다. 나비가 되어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그 애벌레들과는 전혀 다르지.”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이라는 그림책의 한 대목이다. 얇은 책자 속에 담긴 그 짧은 이야기는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참으로 넓고도 깊어서, 책..
달걀을 좋아하는 개가 있었다. 어느 날 조개를 달걀로 잘못 알고는 입을 크게 벌려 단번에 삼켜버렸다. 딱딱한 것이 들어가니 배가 몹시 아팠다. 개가 탄식하며 하는 말, “동그란 것은 모두 달걀이라고 생각했으니 이래서 싸지.” -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우물 속의 물과 머리 위의 동그란 창이 세상의 전부지만, 하루에 구만 리를 난다는 대붕에게는 온 세상이 손바닥처럼 훤히 보일 것이다. 힘세고 배부른 사자에게 세상은 더할 나위 없는 태평세월이지만, 춥고 배고픈 생쥐에게는 하루하루가 마치 살얼음판을 딛는 느낌일 것이다. 사람도 저마다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진단과 처방이 나오고, 어느 진단을 믿느냐, 어느 처방이 자신에게 유리하냐에 따라..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가닥이 잘 잡히지 않을 때면, 의심할 바 없이 분명한 것, 확실한 것부터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다 보면 불확실한 매듭들이 풀리면서 전체가 눈에 들어오곤 한다. 생각해보면, 진리란 멀고 복잡한 데가 아니라, 지극히 단순한 것,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물이 복잡하고 어지러워 보이는 것은 대개의 경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요소를 놓치거나 무시해버리고는 지엽적인 요소들에 지나치게 깊숙이 빠져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상황을 정리해보려는 힘겨운 노력의 소산인 경우가 많다. 무리하게 어렵게 정리했으니, 당연히 복잡하고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경우는 비록 다르지만, 다소 과장되어 알려진 게 분명한 재벌총수들의 놀랄 만큼 단..
자유시장경제는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무한경쟁은 필연적으로 독점과 불평등을 낳고 무수한 탈락자를 양산한다. 독점은 또한 불공정 경쟁과 정경유착을 낳고, 그 과정에서 불평등과 부정부패가 더욱 심화된다. 이는 자본주의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안고 있는 피할 수 없는 덫이다.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자본에게는 인간도 사회도 자연도 모두 부차적인 고려요소일 뿐이니, 자본주의가 발전하여 그 화려함이 더해갈수록 인간성과 공동체와 자연환경은 점점 황폐해지고, 마침내는 체제의 기반 자체를 갉아먹기에 이른다. 20세기 전반기에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 순수한 의미의 자본주의는 그 무서운 독소를 완화하는 두 가지 대안을 현실에 등장시켰다. 하나는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수정자본주의, 달리 말하면 국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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