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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고양시는 지방자치단체의 이성을 찾아 대책 없는 행정폭력을 멈추고 자치와 공동체 예산을 재수립하라

 

 

2022년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예산 177천만원 -> 2023년 예산 44,527만원(75% 감액)

* 참고: 2022년 예산 중 인건비 약 88천만원(사업비로 계상된 계약직 급여 포함)

 

2022년 주민자치활성화사업(동 주민총회, 마을신문, 마을축제 포함) 예산 약 245천만원 -> 2023년 예산 11억원 (55% 감액)

 

2022년 주민자치과 예산 총액 1545,609만원 -> 2023년 예산 629.356만원 (60% 감액)

 

20221121일 고양시의 주민자치와 공동체 일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고양특례시 집행부가 편성하여 시의회에 보고한 2023년 고양시 예산서는 경악 그 자체였다. 시 우선사업 조정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터라 약간의 긴축재정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행정과 사업의 연속성을 통한 주민 생활 안정과 삶의 질 제고 같은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고, 심지어 직원들의 노동권까지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자치를 떠나 행정이라도 알고 예산을 짠 건지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예산편성이었다.

 

그동안 마을공동체 육성 지원사업을 해오다가 올부터 고양시의 주민자치회 지원사업을 병행해온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75%가 깎였다. 44개 동 중 37개 동이 주민자치회 전환 1년을 맞아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가야 할 시점에 더더욱 필요한 주민자치활성화사업 예산은 오히려 55%가 감액되었다. 마을공작소 등 주민자율공간 설치운영비와 연관 사업인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운영사업비도 대폭 깎였고, 주민제안공모사업이나 경기도비 매칭 사업, 동 자치회 운영비 등 소소한 지원금도 크게 줄었다.

 

민선8기 고양시 집행부가 주민자치와 공동체 육성을 우선사업에서 배제하고 뭘 우선하겠다는 건지는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번 시의 자치 관련 예산편성, 특히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예산 75% 삭감은 법적, 행정적으로 몇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 수탁단체의 지원센터 운영 자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시 집행부와 시의회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고양시 자치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 등 여러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 자치공동체지원센터는 주민자치 및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시에서 설치한 기관이다(조례 제24). 수탁단체는 시와 위수탁 협약을 맺고 자치공동체의 발굴 및 육성, 공동체 사업 지원, 주민자치 활성화 지원 등의 제반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한 보편타당하고 실행 가능한 적정 예산이 필요한데(지방자치단체 등 위탁사업 예산편성의 기본원칙), 이번에 고양시 집행부에서 편성한 예산으로는 인건비조차 지불할 수 없어 마을공동체 주민공모사업 등 사업 수행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 수탁단체는 3년간(2019~2021)의 민간위탁 운영 후 20217월 한국능률협회로부터 85.88점의 양호한 성과평가를 받고 고양시와 3년 재계약을 한 뒤 이제야 1년차를 보내고 있는 시점이다. 그간 위수탁 협약을 꼼꼼히 준수하며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해왔는데도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예산으로 사업의 계속 수행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행정폭력으로서 법적, 행정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둘째, 지원센터의 직원 9, 전일제 계약직 5, 시간제 계약직 18, 32명의 심각한 고용노동문제를 일으킨다. 센터의 직원들은 향후 최소 2년의 고용을 보장받으며 이후에도 원칙적으로 고용승계가 보장된다. 인건비가 사업비로 계상되는 전일제 계약직 5명과 시간제 계약직(15시간제 마을꿈활동가) 18명도 사업이 계속되는 한 계속 근로를 기대할 수 있는 근로자 신분이라는 데는 별반 차이가 없다. 32명 모두 합당한 사유 없이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은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 센터 직원과 활동가의 경우, 형식적 고용 주체는 수탁단체지만, 조직과 편제, 임무, 처우, 임금(예산)까지도 사실상 시의 관리감독 통제하에 있으므로 실질적인 고용주가 고양시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시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예산을 안 주어 성실히 일해온 사람들의 일자리와 노동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셋째, 전면전환 1년을 맞은 동 주민자치회의 자치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 또한 <고양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위반하는 행위다. 조례 제41조에 재정적 지원은 전년도 개인분 주민세 징수분의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신생 37개 동 주민자치회는 이제 걸음마를 막 뗀 상태이고, 다른 7개 동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동네의 주인으로 서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때다. 진통을 겪으며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려는 주민자치회에는 합당한 기회와 권한과 함께 적정 수준의 마중물이 필수적이다.

 

주민자치와 공동체 없는 지방자치는 지방행정일 뿐이다. 지방자치가 재개된 지 어언 30년이 됐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 유치한 수준이다. 성장에 필요한 마중물도 적었고,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권한 또한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우리 도시의 주민은 기껏해야 행정서비스의 대상, 도시경영의 고객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치와 공동체가 문제가 많고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자치와 공동체는 그렇게 부대끼고 지지고 볶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베드타운을 역동적인 도시로 일으켜 세우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자유구역도 한 방편일 수 있고, 기업유치에 힘을 쏟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오늘날 주민 동의 없이, 주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어디 있던가. 특히 주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에 깊숙이 관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데 힘쓰고 각종 기구와 제도를 만들어 주민참여를 활성화하려고 애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거대 베드타운인 고양특례시 최대의 자산은 시민이다. 도시기반도, 산업기반도 몹시 취약한 고양시의 가장 확실한 자산은 이곳 고양특례시에 지금 살고 있는 108만 고양시민이다. 고양시의 정책은 108만 고양시민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시민들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에게 기회와 권한을 주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참여의 기회를 주고,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주는 권한과 예산을 차츰 늘려가며 참여의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이를 엄밀히 평가하여 제도화함으로써 주민자치의 기틀을 갖추고 발전시켜가는 것이다.

 

아직도 기회는 있다. 2023년 고양시 예산이 수립되기까지는 시의회의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고양시의회와 시 집행부에 바란다. 사정이 빠듯하여 예산을 더 늘리진 못하더라도 자치와 공동체 관련 예산을 작년에 준하는 수준으로 복구시킬 것을 촉구한다. 시의회에서 수정예산을 요구하고, 시 집행부에서는 예산을 재수립하여 의회에 다시 제출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순간적인 판단 오류에 의한 행정폭력 행위를 바로잡고, 지방자치의 올곧은 발전과 고양시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라 믿는다.

 

고양특례시가 시민과 함께하는 역동적인 도시가 될지, 시민과 싸우며 질곡에 빠지는 도시가 될지는 향후 2주간 고양시의회와 집행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 상황을 부른 책임은 전적으로 고양시장을 비롯한 고양시 집행부에 있다.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2022126

 

()고양풀뿌리공동체, ()고양마을포럼, 재미있는느티나무온가족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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