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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정운영위가 발족한 지 어언 8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시간 치고는 성과가 초라하여 소식을 못 전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도 같아 토막 스케치 한번 올립니다.
25차례나 회의를 갖는 사이, 제도화를 위한 조례제정도 난항을 겪고 개혁예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진 3월 3일의 워크숍 소식입니다.
소식 처음 접하시는 분은 좀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는데, 혹시 궁금하신 분은 고양무지개사람들 카폐(cafe.daum.net/goyangnet)에 들르면 부족하나마 그간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월 3일 시정운영위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정식 회의가 아니었으니 스케치 성 후기로 자유롭게 전하겠습니다.


장소는 북한산성 맞은편, 효자파출소 옆 오늘농원.

북한산 연봉이 눈앞에 펼쳐진 경관 좋은 음식점이었습니다.

장시간 논의를 계획했던지라 회의와 식사를 겸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그곳 골짜기까지 들어가게 된 거지요.

시민회 최태봉 전대표의 소개를 받아 제가 추천한 곳이었는데, 음식값이 조금 비싼 것 빼고는 참 좋더군요,

봄가을에는 야외 결혼식이나 파티도 많이 한다면서 주인장께서 많이 알려달라더군요.

물론 그곳도 행정구역상으로는 고양시입니다.

3시 45분쯤 도착하여 담배 한대 피우며 경치 구경을 하다가 4시를 조금 넘겨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참석자는 민주당 대표 4명, 진보신당 1명, 참여당 1명, 시민사회 대표 4명이었는데, 한 시간쯤 뒤 시장님이 도착했고 곧 이어 창조한국당 대표가 합류했습니다.

예정했던 의제는 여러가지였지만, 논의를 압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두 가지로 좁혔습니다.

시장 공약사항 추진상황 점검, 그리고 향후 위원회의 진로와 운영방안입니다.

첫번째 의제인 시장 공약사항 추진점검.

시장 공약사항은 대부분 야5당과 시민사회의 공동정책공약이므로 공약사항 추진은 정책연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름하는 시금석인 셈이죠.

231개 공약 - 시에서 공약을 세분하여 231개로 재정리했더군요 - 에 대한 시 담당자의 설명과 질의, 의견들이 바삐 오가는 사이에 예정됐던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이 지나도 진도가 1/3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시간이었고, 그뒤로는 속도를 올려 4시간 만에 공약 추진상황에 대한 일별을 마쳤습니다.

주무 책임자인 시 전략개발담당관이 요즘 주민기피시설에 대한 서울시와의 '전쟁'에 올인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시에서 그동안 많이 보완을 하여 예전처럼 시작하지도 못한 것을 '정상추진'하고 있다고 하거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그동안의 협의 부재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인 셈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에서 열심히 경청한다는 것이었고, 앞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충분히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할까요?

제게 더 다행스러운 것은 시장께서 공약 내용과 추진 상황을 대체로 잘 숙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공약에 대해 담당관이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말하는 데 대해 아직 시작도 제대로 못했는데 웬 정상추진이냐며 단계적 추진으로 보고하라거나, 장기검토로 표현된 것은 종합검토로 바꾸어 적극적인 방안을 찾아보자는 등, 대부분의 공약에 대해 원래 의도에 맞게 꾸준히 추진해갈 것을 시종일관 적극 주문했습니다.

평가가 무척 박하다는 말을 듣는 제게도 시장께서 이제 시정을 웬만큼 파악하고 있구나 하는 안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공약추진은 지지부진하지만 그래도 시정 책임자가 상황을 올바로 파악하고 있으니 희망이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에 적이 마음이 놓였습니다.

알고 고민하고 노력하면 길은 보이는 법이니까요.

공약별 세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고양시청 홈페이지, 열린시장실의 공약사항 메뉴에 들어가보면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늦은 저녁식사 후 10가 다 돼서 핵심의제인 향후 위원회의 진로와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을 최대한 늦출 경우 언제까지 가능한지 주인장께 확인한 결과 11시 반이라는 답이 돌아왔으니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반 남짓.

먼저 조례추진 상황을 점검한 결과, 시장께서 3월은 조금 어려워도 4월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4시간 동안 터놓고 이야기한 결과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졌다는 진단에 근거한 판단이었습니다.

시장이 의원들에게 야5당 및 시민사회와의 시정 공동운영 정신은 끝까지 가지고 가겠다, 주민참여 조례나 금정굴 조례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행부에서라도 반드시 추진하여 꼭 제정하겠다, 고양시의 야권연대가 깨질 경우 누구에게 책임이 돌아갈지 잘 생각해보자는 등의 뜻을 강력하게 전했고, 의원들도 그동안의 소통 부족, 매도와 강압 분위기 등에 대한 불만을 충분히 전한 후 시장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는 거였습니다.

그에 대한 설왕설래는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정치적 책임과 책임정치가 강조되었다는 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뒤이어 향후 위원회 운영방안에 대한 시장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시장님은 4월에 반드시 조례를 제정한 후 그간의 합의에 따라 시정 공동운영 정신과 주민참여 방안을 실천해가겠고, 만에 하나 4월 조례제정이 무산될 경우 고양시발전조례를 개정해서라도 합의를 제도화하여 합의정신을 구현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에는 자신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부시장이라도 시정위에 참석시켜 시정현안에 대한 실질적 협의를 해나가겠고, 각 부서와의 정책협의 통로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조례제정과 무관하게 시정 공동운영을 어떻게 실질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들을 제시하며 시장에게 보다 확실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주문했으나, 이미 제도 속에 들어가 있는 시장께서는 제도화를 강조하며 그전까지는 좀더 유연하게 대처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제도의 안과 밖 사이에 현실의 장벽이 존재하고 있었던 거지요.

다행인 것은 그 장벽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더 깊숙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할 수가 없어, 2주 후인 3월 17일(목) 차기 시정운영위를 열어 향후 위원회 운영방안을 확정키로 하고, 긴 워크숍을 마쳤습니다.

저로서는 절망보다는 희망의 빛을 더 많이 본 하루였습니다.

희망의 싹을 잘 보듬고 키워가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