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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는 사실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어떤 미사여구를 들어 정당화하려 해도 사람들을 굶겨죽이는 정치는 '패악'이니까요.


엊그제 고양로드맵 발표회장에서 희망제작소에서 제시한 '정원도시 고양, 컨벤션도시 고양, 창의도시 고양'의 멋진 상에 한편 끌리면서도 한편 마음으로 깊이 동의를 표하지 못한 것은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기도 했을 겁니다.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 문제가 민생 문제의 중심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을 테고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마디,

희망제작소에서 제시한 위의 세가지 도시상은 고양시에 주는 하나의 팁일 뿐, 핵심 비전은 아니었습니다.

핵심 비전은 우리가 합의하여 제시하고 시에서 다듬어 내놓은 '자치도시, 복지교육도시, 문화예술도시, 초록평화도시, 자족도시'라는 다섯 가지였고, 희망제작소는 그 다섯 가지 고양시의 미래상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주는 정도였으며,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도시상은 그야말로 팁이었을 뿐이지요.

 

그런 비전을 고쳐 다듬고 살을 불이고 그 로드맵을 만들고 실천해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양시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고양시민, 그리고 고양시의 각종 사회집단들과 공무원들인 거지요.

 

사단이 터진 것은 뒤플이 자리였는데, 자치와 거버넌스, 마을만들기, 도시만들기의 주제가 어지럽게 오가던 차에(박원순 변호사의 입담이 얼마나 다채로우면서도 일관성있고 아름답습니까), 발표회장에서 고양시의 새로운 핵심 미래상으로 몇몇이 이야기한 평화도시, 자치도시의 연장선상에서 마침내 평화가 밥먹여주냐, 자치가 법먹여주냐는 세간의 문제제기가 입에 올랐습니다.

제가 대뜸 '자치가 밥먹여준다'고 '큰소리'쳤더니, 박변호사께서 거참 좋다며 그걸 책으로 한번 써보면 어떯겠느냐는 겁니다.

 

그뒤의 세세한 경과는 생략하고요.

어쨌든 저는 자치가 어떻게 밥먹여주는가를 화두로 앞으로 얼마 동안 자료도 수집하고 글도 쓰고 정리도 하며 지내야 할 처지가 될 것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정말 해보고 싶은 작업이기도 했지만요.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건 잘 압니다.

 

하여 설 쇠며 맘 변하기 전에 명토박아두고 지원을 요청하고자, 여기에 공개해둡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대충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자치와 참여가 어떻게 밥먹여주는가?

 

사람들의 참여가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을 보람있게 만들고 노동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며, 그 방안과 로드맵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참여가 어떻게 교육 환경을 바꾸고 아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고 펼칠 수 있게 하며 만인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하는가?

 

사람들의 참여가 문화예술의 문턱을 어떻게 낮추어 그 향유 폭을 넓히며 문화예술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관련 일자리를 늘리며 사람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가는가?

 

사람들의 참여가 어떻게 나눔의 세상을 만들어 헐벗고 굶주린 이, 병들고 아픈 이, 약하고 소외된 이를 어루만져주며 관련 일자리를 어떻게 늘리고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가는가?

 

사람들의 참여가 어떻게 도시환경을 바꾸어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가는가?

 

사람들의 참여가 어떻게 전쟁과 대립이 아니라 평등과 평화가 넘치며 사람들의 삶과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가는가?

 

사람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며 그 참여를 구조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구조화의 씨줄, 날줄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그 연결망을 튼튼하게 구축해갈 것인가?

그 어떤 쓰나미가 몰려와도 끄떡없도록.

 

그리하여 다시, 그렇게 짜여져가는 참여와 자치, 거버넌스 체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밥을 먹여주며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가?

 

출발점과 전제: 1) 생산력은 이미 넘치도록 발전하고 있다.

2) 생산수단의 독점은 이제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3) 과도한 경쟁은 인간적이지 않으며, 더 이상 생산적이지도 않다.

4) 이제는 나눔과 보살핌이 새로운 생산력이 될 수 있다.

 

좀 진부하죠?

하지만 어디, 하늘 아래 오로지 새것이 있던가요?

선인들의 지혜를 조금씩 갈고 닦으며 잘 활용하고 조금씩 발전시켜가는 것뿐이지요.

 

오늘은 여기까지!

설 쇠고 나서 조금씩 생각을 다듬고 자료를 정리하며 조금씩 펼쳐가보겠습니다.

이 란에는 조금 들쭉날쭉하더라도 양해를!

 

모두들 설 잘 쇠시고, 건강한 얼굴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