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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의 해 원단에 본 멋진 호랑이 사진 한 장

http://photo.naver.com/view/2009122820151077454



최근 서너달, 고양지역 시민사회에서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일을 책임맡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야4당(나중에 5당)과 공동테이블을 마련하고 함께 논의해오다가 선거법의 장벽에 막히고 일각의 소극적인 태도에 갇혀 공개적인 행보를 못하던 중, 최근에 와서 그 빗장을 풀고 우선 시민정치운동체를  먼저 발족시키기로 했습니다. 그 첫소식을 이렇게 전합니다. 그간의 경위와 추진 배경, 취지, 목표 등을 종합하여 칼럼 형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앞으로 빠른 템포로 소식을 업데이트해가겠습니다.




고양에서 보내는 무지개 편지 1호
연대연합을 관철시키며 이후를 예비하는 힘
- 시민정치운동으로 광범위한 연합을 성사시키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하자


백호의 해라는 경인년이 밝았습니다. 때 되면 늘 찾아오는 새해지만, 올해는 여느 해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벼르고 별렀던 결전을 앞두고 있는 탓일까요? 한편으로는 좀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역사상 어느 해도 민초들의 삶이 평안한 날이야 사실 없었지만, 지난 2년간은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40년 전 이전의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은 대다수 국민이 가난을 이고 살던 때니 모두가 그러려니 했다 치고, 또 30-40년 전의 군사독재 시절이야 총칼이 법인 말 그대로 ‘군사독재’였으니 그에 저항하거나 욕하며 살면 그뿐이었는데, 최근 2년은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이 뒤섞이며 사람의 혼을 빼놓는 시절이었다고나 할까요? 거짓이 버젓이 진실 행세를 하고 술수가 정도를 비웃으며 세상과 인간을 조롱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환하게 타오르던 민주주의 촛불이 전방위적 탄압에 꺼져가던 일, 닥쳐온 경제위기와 어처구니없는 환율인상 정책과 부자감세, 1년 전의 참담한 용산참사, 두 분 전직 대통령의 비통한 죽음, 미디어법 제정과 언론장악 기도, 쌍용자동차 투쟁 압살, 최근의 4대강 사업 강행과 세종시 수정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고 처연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칩니다.


초지일관 부자들과 대기업과 건설족의 이익만 옹호하는 권력 앞에서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했습니다. 20년간 민주주의가 착실하게 정착돼온 사회에서 설마 그러기까지야 하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으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권력 앞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민중 생존권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갈수록 원자화하며 저마다 제 살길 찾기에 여념이 없거나, 아니면 희망을 잃고 낙담과 냉소와 회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달관의 경지에 이른 듯 세상을 관조하고만 있습니다. 그럴수록 저들의 분리공작은 속속 먹혀들고, 저들이 추구하는 백년 왕국, 세상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둘로 갈라놓고 지배자가 반영구 지배하는 세상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대망의 2010년 6월이 다가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의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광속의 세기인 21세기,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오르내리는 이 대한민국에서 혁명을 되뇐다는 건 지나친 단순화인 것 같고, 세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다른 운동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암묵리에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한 가지 계기는 있습니다. 바로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입니다. 불법과 탈법과 편법 사이를 교묘히 줄타기하며 세상을 지배해가는 저들도 최소한 민의의 반영인 선거를 부정한 적은 없고, 오히려 선거 결과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며 만사를 제멋대로 요리하고 있습니다. 천변만화하는 민주주의를 편협한 다수결주의, 알량한 책임정치로 축소시키면서요. 물론 저들의 행태로 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술수와 조작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까짓것 군사독재 시대에도 꿋꿋이 지켜낸 공정선거의 기본 틀조차야 못 지켜내겠습니까? 보아하니 저들은 선거라는 기본 절차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배포 있는’ 무리들도 못 되고, 또 시대의 총아이자 절대권력인 대자본도 민주적 절차라는 형식까지 내치며 무리수를 범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임에도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현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MB의 반민주적, 반민중적 통치에 대한 심판의 장인 거죠. 물론 지방선거라는 속성상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 구축이라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요.


달리 눈에 띄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건 모든 일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MB의 반민주적, 반민중적 국정 운영의 방향을 되돌리는 일부터 밑바닥에서부터 민주주의의 기초를 확고하게 다지는 일까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전환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책임을 맡겼다는 미명하에, 다수결이라는 미명하에, 어떤 합리적인 비판도, 어떤 올바른 정책 제안과 운동도 막무가내로 깔아뭉개는 저들에게는 선거를 통해 진짜 민의를 전달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온갖 짓 다 해봤지만, 씨도 안 먹히는 지난 2년이었잖아요.


무엇이 더 진보적이고, 무엇이 더 개혁적인지의 경쟁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고, 또 그래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제아무리 내가 더 진보적이라고 외쳐봤자 국민들 보기엔 오십보백보인 게 엄연한 현실 아닌가요? 위험을 무릅쓰고 차이를 드러내기도 쉽지 않으니, 차이를 드러내려야 드러낼 수도 없는 상황인 거죠. 만년 소수파로 살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면.


연대연합을 관철시키려면 힘이 있어야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온갖 연합 이야기가 난무합니다. 중도나 진보의 입장에서 연합을 하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죠. 연합 하면 학을 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제에 맞서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도 국공연합을 한 판에,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중도파와 진보파가 연합을 못할 이유는 없지요. 중요한 건 연합이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저는 광의의 진보진영에 대해 민주당이 영 마뜩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예쁘게 봐주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을 빼고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판에 민주당을 보수로 몰아서 얻을 게 뭐냐는 거죠. 조금 예쁘게 봐줘서 민주당의 주장대로 민주당을 중도정당으로 봐주자는 겁니다. 물론 빈사의 불임 상태에 빠진 민주당이 주제를 모르고 기고만장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겠지만요. 민주당 지지율 25% 내외, 그 밖의 4개 정당 지지율 15% 내외, 현 상태의 정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중도-진보 시민사회와 일반 시민 10-15%, 이게 현실 아닌가요? 뭉치면 이기는 거고 흩어지면 지는 거죠.


그러한 중도-진보 대연합이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를 저는 폭넓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지들만 잘 먹고 잘 살려는 세력과 대비되는 가치인 거죠. 기껏해야 10% 정도인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 공동의 이익은 외면하고 개인의 이익만 중시하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30-40%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저들의 지배력, 즉 포섭력과 홍보력 때문이지요. 저들의 막강한 지배력을 무너뜨리진 못한다 해도, 저들이 포섭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 함께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백전백승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소수만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맞게 다수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결집하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됩니다.


요즘 연합의 방식으로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이 거론되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국민배심제, 국민공천제, 연합공천, 조기 후보단일화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러 방안이 거론된다는 것은 우선 연합 대상자들간의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이고, 또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연합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연합을 성사시키려면 결국 그 차이를 슬기롭게 조화시키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또 연합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만 합니다.


차이를 인정하며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은 사실 쉽습니다. 흩어지면 모두가 완패하는 판에 뭉쳐서 나눠 가지면 모두가 윈윈하는 거죠. 물론 차이는 서로 존중하면서요. 지금까지 익히 겪어왔듯이 차이를 인정하는 광범한 연대연합 없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치집단, 특히 조금이나마 우위에 선 집단은 은연중에 패권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알량한 자기 몫을 과다하게 주장하려 들지요. 한국정치사에서 몇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성공한 연합이 드물었던 이유입니다. 연합 성공의 제1 요체는 자신의 몫을 과감하게 내놓는 것입니다. 사실 연합이 성공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문제는 작은 영토를 가진 제후(?)들의 경우 자신의 몫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그것이 쉽지 않은 건데, 그것은 제후들 스스로 더 큰 승리와 미래를 위해 대국적인 견지에서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작은 몫을 내놓는 용기를 가짐으로써 해결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상급 단위에서 조정력을 발휘하여 해결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요즘 국민배심제와 국민공천제 같은 방안들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합정치가 활성화하지 않은 한국정치에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당 안에서는 제한적으로 시도될 수 있겠지만, 정당-세력 간 연합에서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이 시민정치운동입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힘을 묶어내어 좋은 정책도 내고 좋은 후보도 발굴하며 지지후보로 선출하여 사실상의 국민배심제와 국민공천, 연합공천을 관철시키는 것입니다. 시민의 힘이 결집하지 않고서는 이런 과정들을 강제해낼 방안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 연대와 연합의 핵심 축을 진보 시민진영에서 떠받든다면 당연히 연대연합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 방향도 자연스럽게 진보 쪽으로 이동하겠지요. 말로만 진보적 가치를 중심에 둔 연대연합을 백날 떠들어봤자 소용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깨어나는 시민들의 힘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동력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고양무지개연대가 그 빛을 드러내기까지


지금 우리 고양시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좋은 정치 실현을 위한 무지개연대’가 바로 그러한 시민정치운동입니다. 고양시에서는 2009년 3월부터 고양지역 제 시민사회단체와 제 정당 대표자들이 모여 각종 현안에 공동대응하며 2010년 지방선거 공동대응 문제를 논의해왔는데, 지금까지의 과정을 일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9년 새해 벽두의 용산참사를 묵살하는 등 일방통행으로 일관하는 정권에 문제의식을 느낀 고양지역 제 시민사회단체 및 제 정당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2009년 3월 고양지역시민사회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결성했습니다. 연석회의는 지역과 전국의 각종 현안에 공동 대응하고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추모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다수 시민들의 상식을 대변해가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또한 중앙권력의 횡포에 맞서고 보수기득권 세력이 지배해온 고양시를 시민들의 손에 돌려주기 위해 지방선거에 공동대응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해왔습니다.


연석회의에서는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토론회와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며 지방선거 공동대응방안을 숙의했습니다. 제 시민사회단체와 제 정당이 하나의 탄탄한 조직을 꾸려 공동으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으나, 그 잘난 선거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후보의 사조직을 금지하는 취지의 선거운동 유사기관 금지 규정을 확대 해석하여 제 정당과 단체가 하나의 조직을 꾸려 공동 행동하는 것까지도 유사기관으로 규정하는 유권해석이 내려져 있었던 거죠. 그리하여 지난 12월 연석회의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 정당과 단체가 하나의 조직을 꾸려 선거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포기하고, 단체와 정당을 분리하여 일단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취지에 동의하는 고양시민 모두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연합시민운동체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정당간 협의체를 별도 운용하며 두 기구 간의 관계는 계속 논의해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고양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그 자리에서 ‘좋은 정치 실현을 위한 고양무지개연대 발기인대회 추진모임’의 결성을 결의하고, 2010년 1월 10일 1천 명의 발기인을 모아 ‘좋은 정치 실현을 위한 고양무지개연대(약칭 ‘고양무지개연대’)’ 발기인대회 및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거행하기로 했습니다. ‘고양무지개연대’는 고양시에 살고 있거나 고양시에 일터를 두고 있는 1만인의 고양시민이 함께 모여 만인위원회를 구성하고 좋은 정책을 발굴, 제안하며 좋은 후보를 발굴, 검증하고 지지후보를 선출하는 일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현재 발기인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고양무지개연대’는 고양시만이 아니라 2010년 지방선거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례가 되어 세상을 크게 바꾸어내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발기인에 참여하시려는 분은 공식 카페 cafe.daum.net/goyangnet을 방문하면 안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에 바탕을 둔 사고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되는 일이 거듭 반복되고는 있지만, 지방자치와 지방선거의 핵심은 역시 지역에 바탕을 둔 사고입니다. 많은 지역이 그렇듯이 이곳 고양시에서도 지난 긴긴 역사상 한 번도 지방권력을 내어준 적이 없는 수구보수 기득권세력의 지배하에 도시는 막개발의 길로 매진하며 줄곧 망가져왔습니다. 도시의 지방관들이 돈벌이 공사와 겉치레에만 정신을 파는 사이에 도시의 속은 텅텅 비어가고 지역 공동체는 계속 파괴되고 공동체를 떠받치는 가치들은 땅에 떨어져왔습니다.


지방선거는 이러한 지역 현실의 흐름을 역전시켜 풀뿌리 주민자치와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정말 품격 있는 도시의 토대를 쌓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밑바닥에서부터 민주주의를 강화하여 나라의 민주적 토대를 굳건히 세우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한 번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가는 ‘무지개연대’는 주민 스스로의 힘의 자각, 함께 하는 행동을 전제로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이 조직되어 행동하는 양심으로 나타나는 거라고 할까요? 시민들의 깨어난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가며 세상을 바꿔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집요함의 차이, 그것이 가져온 결과


물론 선거에서 이겼다고 만사가 술술 풀리는 건 아닙니다. 지방선거 승리 후에는 그야말로 막중한 책임과 임무가 따릅니다. 풀뿌리 주민자치와 거버넌스 체제를 어떻게 구축하고 도시를 어떻게 바꿔갈지, 공동체 사회를 어떻게 구축해갈지,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장정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무엇보다도 가슴 깊이 새겨둘 일 중 하나는 진보개혁 세력이 시정을 맡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도시가 어떻게 바뀌는지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10년간의 ‘민주정부’는 우리에게 애증 섞인 그리움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반면교사일 수도 있습니다. ‘민주정부’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특히 서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이번 6월 지방선거는 지난 2년간의 권력의 역주행에 대한 반격인 동시에, 인류역사상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보수기득권 세력의 사회 지배, 중앙의 지방 지배에 대한 반격의 계기이기도 합니다. 반MB, 반막개발의 평화상생초록연대,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연대로 새 세상의 단초를 마련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제가 역사를 통해 배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지배자들, 가진 자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 늘리기 위해 정말 집요하게 싸우는데, 민초들, 못 가진 자들은 작은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되어 제대로 싸우질 못한다는 겁니다. 저들은 피지배자들을 분리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작을 해대지요. 저들은 계급투쟁이 마치 노동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선전해대나, 사실 노동자들이 계급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은 역사의 순간,  순간일 뿐, 날이면 날마다 훨씬 더 치열하게 계급투쟁을 벌이는 것은 실은 저들입니다. 한 예로 저들이 경제살리기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판명난 지 오래인 부자감세를 그토록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에서 그 일단을 볼 수 있지요. 저들의 일상은 그러한데, 우리의 일상은 사실 지리멸렬이지요. 그러기에 늘 당하고 사는 거고요. 물론 우리들 중 일부는 저들이 주는 떡고물을 받아먹으며 감읍하거나 현실을 외면해버리지만.


우리 고양시민은 이제 무지개 너머의 희망을 찾아가는 장정을 시작합니다. 1만인의 시민이 모여 좋은 정책과 좋은 후보를 발굴해 주민주권을 행사하고 시민들이 선거 날 하루만이 아니라 1년 365일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절차적 민주주의,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넘어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밑바닥 풀뿌리 민주주의, 성숙한 주민자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길을 지향하려 합니다. 온 누리에 평등, 평화가 넘치는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구현하는 아름다운 고양시를 만들어가는 길에 나서보려 합니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꿈이 온 나라에 오색찬란한 무지갯빛 물결을 일으키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