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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인 20일 오후 7시경, 고양시 화정동에 있는 한 작은 서재의 풍경입니다.
이름도 '작은서재'로 시민운동가이자 정치인이기도 한 한 지역인사가 쌈짓돈 풀어 꾸려가는 동네 도서관이자 사랑방이지요.
이 양반이 최근에 작은 책 한 권을 내서 소박한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책 제목은 <지금 이대로가 좋니?>이고 '민원의 정치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짬을 내서 갔더니 책값을 받으며 달랑 책 한 권 주고 차 한 잔 대접이 전부더군요.
물어보니, 선거법이 그렇게 돼 있다네요.
글쎄, 내 돈 내고 책 사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거 아니냐 했더니, 어쨌든 선관위에서 안 된댔다나 뭐라나.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만, 골치 아픈 법 문제는 지금은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사람들은 엄청 다녀갔다네요.)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주인공, 이재준에 대한 기억과 짧은 이야기입니다.
내가 이재준을 처음 만난 것은 한 2003년쯤?
당시 나는 고양시민회라는 지역단체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고, 이재준은 민족문제연구소 고양지부의 지부장이었습니다.
단체 대표들의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단체들의 여러 모임과 지역행사와 활동 현장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나이도 58년 개띠에 59년 돼지띠로 엇비슷해서 경험치도 대강 비슷한 터라 별다른 장벽도 없었고요.

첫인상은?
참 꼿꼿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꼿꼿한 것으로 치면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간이었는데, 이 친구는 한술 더 뜨더군요.
나는 그래도 고지식하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는 편인데, 이 친구는 고지식하기까지?
그래, 우리 생긴 대로 놀면서 할 수 있는 한 마음과 뜻을 합쳐보자, 이런 마음으로 가끔씩 술도 기울이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고양지역운동에서 잠시 자리를 옮겨 한동안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규명운동의 전국단위 실무책임을 맡아 일했습니다.
그 사이에 이재준은 정치에 입문했고요.

정치 입문 후 이재준은 지역운동과 지역민원을 더욱 깊숙이 천착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 몇 가지, 이재준 참 지독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한번 물고 늘어지면 공무원이고 경찰이고 두 손 두 발 다 든다, 관심사도 참 다양하여 손 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 등등.

시민운동가이자 정치인인 그의 캐릭터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이 친구의 문제제기가 집요하게 꽂히는 곳은 고양시 화정동을 중심으로 한 고양시 덕양구 일대입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문제제기가 참으로 섬세하고도 치밀하며 집요하다는 것입니다.
동네 앞의 신호등, 교통체계, 신설 도로, 도서관, 학교, 공원, 통행료, 입장료 등등 정말 민원의 백화점 만물상입니다.
눈앞의 작은 현상들 하나하나에서 문제점과 모티브를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거지요.
어디서 그런 날카로운 눈과 집요한 정열이 나오는지 혀가 내둘릴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재준이 꿋꿋이 견지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활상의 요구와 이익, 즉 공익입니다.
이 친구가 하소연처럼 하는 말, 왜 사람들은 문제점을  빤히 보면서도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지레 포기하냐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만 다 나서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 텐데 하면서요.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물론 승리의 경험과 패배의 경험을 함께 들려주지요.
사람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종종 섞으면서요.

정치인은 의당 그러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정말 너무나도 성실하고 집요하며 고지식합니다.
사회운동가를 자처하는 제가 보기에도요.
정치인으로 입지를 구축하려면 대강 타협하고 넘어갈 부분도 이 사람은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올 한 해 이 사람은 내가 한때 대표직을 맡고 있던 고양시민회의 정책위원장을 맡아 참으로 부지런히 뛰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사람, 정말 한번 세워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복잡한 민원 문제, 어떻게 제기하고 어떻게 해결하냐고요?

이 책 한번 구해서 보세요.
이재준 블로그 한번 들어가보시고요.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재준' 치면 아마 잡힐 겁니다.
만일 안 잡히면 블로그 주소 올려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