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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돌아보기

4.11. 총선 약평

주홍산 2012. 4. 27. 03:32

총선 평가가 활발하다.

 

민주진보진영의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가는 듯하다. 물론 늘 그랬듯이, 또 처방을 두고 좀더 우클릭해야 한다느니, 좀더 좌클릭해야 한다느니 씨름하며 한동안 이전투구를 벌이겠지만...

 

논객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민주당의 지도력 및 전략 부재와 전망 제시 없는 반MB 올인, 보수정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민주진보 정당들의 공천 잡음과 야권연대 잡음 및 파열음, 하층 서민들에게 투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 정책의 빈곤 등이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아쉽게 느껴진 것은 민주진보 정당들이 아직까지도 하층 서민들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고, 그에 대한 전략도, 전술도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투표 안 할 사람들이라고 하층 서민들을 버린 채 민주진보진영이 집권을 꿈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인데도 말이다.

 

진보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 평가에서 누락되는 측면들도 눈에 띈다. 우선 부산, 경남, 울산 등지의 참패에서 불완전한 야권연대의 여파를 간과하는 것은 문제다. 물론 저마다 속사정은 있겠지만, 창원과 거제, 울산 일부 지역구의 민주-통진 양당의 패권 양상은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일부에 그들만의 리그로 비쳐지면서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를 차단했다. 양당이 조금만 더 품 넓은 금도를 보였다라면, 아마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고질적인 문제지만, 일부 지역에서 불거진 '선수'의 정체성 문제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중들은 변화를 원하는데, 변화에 걸맞은 선수를 공천하지 못한 지역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4개 선거구가 있는 고양지역만 해도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났다. 야권연대가 비교적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99% 대 1%의 홍보전략을 잘 구사한 일산 동`서구의 두 지역은 원래 보수진영의 세가 더 컸던 지역임에도 민주당 후보가 낙승한 반면에, 원래 민주진보진영의 바닥이 더 좋았던 두 지역은 신승하거나 패했다. 통진당 후보가 나선 한 지역은 후보의 유명세에도 민주당 일각의 비협조로 고전했고, 시민사회와 진보진영 일부의 비토하에 중간층 공략 전략에 치중했던 한 지역의 민주당 후보는 아깝게 패했다.

 

일각에서는 통진당은 야권연대의 수혜를 입은 반면에 민주당은 별 혜택을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다. 고양지역의 경우, 야권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네 지역 모두 필패였다.

 

진보진영의 전선이 모호해진 것 또한 걱정이다. 이번 선거는 통합진보당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을 어떤 틀로 끌어안을 것인가, 독자성과 중재조정력을 크게 상실한 진보 시민사회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남겼다.

 

가장 큰 걱정은 이른바 중간층 공략을 위해 보다 우클릭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득세할까 하는 염려다. 우클릭하면 이미 좌클릭한 척하는 보수정당과의 차별성이 더 약화될 것이고, 그리 되면 선거가 정책 대결이 아니라 연고를 바탕으로 한 흡인력 대결로 흐를 개연성이 커진다. 바람이 일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일지 않는 모든 선거에서 야권은 패했다.

 

대선 투표율은 높다. 동네 선술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동네 시의원이나 도의원, 국회의원, 그리고 시장, 도지사보다도 대통령을 더 많이 입에 올리고 더 많이 씹는다. 중앙집권이 무척 심하고 대통령 1인에게 너무 큰 권력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투표도 많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해 봤자 뭐가 달라지느냐는 하층 서민들에게 투표하면 세상과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열심히 이야기하고 또 보여주는 것이다. 무한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담대한 진보의 웅장한 비전과 참신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