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뭐든 맛있는 걸 사오라고 시켰다.
하인은 혀를 사왔다.

이틀쯤 지나서 랍비가 같은 하인에게 오늘은 비싸지 않은 걸로 아무거나 사오라고 명했다.
하인은 또 혀를 사왔다.

랍비가 물었다.
“전에 내가 너에게 맛있는 걸 사오라고 하자 혀를 사오고,
오늘은 싼 걸로 아무거나 사오라고 했는데 또 혀를 사왔다.
어찌된 일이냐?”

하인이 대답했다.
“혀가 좋으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더 나쁜 것이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세치 혀는 매일같이 숱한 말들을 쏟아낸다.
개중에는 모두에게 피와 살이 되는 값진 말이 있는가 하면,
아무데도 쓰잘 데 없는 말, 오히려 자신과 남을 해치는 말도 있다.
또, 어둠을 물리치고 진실을 밝혀주는 ‘좋은 혀’가 있는가 하면,
먹구름을 몰고와 진실을 가리는 ‘나쁜 혀’도 있다.

말들이 빚어낼 수 있는 폐해가 너무도 크기에,
동서고금의 지혜서는 하나같이 인간에게 혀끝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위의 이야기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라 할 것이다.

그러나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며 사는 것이 인간이니 말을 안 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언어는 그 의미나 진위와 상관없이 계속 쌓여만 간다.
게다가 인쇄술과 정보기록방법의 눈부신 발달이 거기에 엄청난 가속도를 붙였다.
그리하여 이제 사방천지가 말과 글과 그밖의 다른 형태의 언어들로 온통 뒤덮이고
그것들이 마구 뒤섞여 가상의 이미지를 창출해내면서 우리를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일 못지않게
바르고 값진 정보를 가려내는 일도 중요하다.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바른 정보를 골라내어 값지게 활용할 때,
인간은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과 이웃들의 삶을 의미있게 가꿔갈 수 있다.

난무하는 ‘혀’ 가운데에서 좋은 ‘혀’를 골라 그 맛을 새기고 음미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