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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좋아하는 개가 있었다.
어느 날 조개를 달걀로 잘못 알고는 입을 크게 벌려 단번에 삼켜버렸다.
딱딱한 것이 들어가니 배가 몹시 아팠다.
개가 탄식하며 하는 말,
“동그란 것은 모두 달걀이라고 생각했으니 이래서 싸지.”
- <이솝 우화>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우물 속의 물과 머리 위의 동그란 창이 세상의 전부지만,
하루에 구만 리를 난다는 대붕에게는 온 세상이 손바닥처럼 훤히 보일 것이다.
힘세고 배부른 사자에게 세상은 더할 나위 없는 태평세월이지만,
춥고 배고픈 생쥐에게는 하루하루가 마치 살얼음판을 딛는 느낌일 것이다.

사람도 저마다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진단과 처방이 나오고,
어느 진단을 믿느냐, 어느 처방이 자신에게 유리하냐에 따라 저마다 행동을 달리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진단과 처방에 다 부분적인 진실이 담겨있는 법이라고
간단히 넘겨버릴 수는 없다.
한 사람을 살리는 대신 백 사람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진단,
그 한 사람까지도 죽이는 처방이 있을 수 있는 반면에,
한 사람을 죽이는 대신 백 사람을 살리는 진단,
나아가 모두를 살리는 처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유사 이래로 오랜 세월을 서로 다투고 죽이며 살아왔지만,
그러는 가운데서도 연면히 이어져내려온 꿈이 있으니,
바로 만인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었다.
다시 말해서, 싸움과 질시로 가득찬 아수라계 같은 이 세상에서
모두를 살리는 진단과 처방을 찾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온 인류가 변함없이 지향해온 지상목표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빽빽한 가시덤불에 찔리고 커다란 바위에서 연신 굴러떨어지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자유의 왕국을 향한 행진을 줄기차게 계속해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그 대열의 현재 위치다.

정확한 진단에 훌륭한 경험과 장비가 필요한 것은 병에나 사회에나 마찬가지다.
혼돈된 세상을 읽는 데에는 그만큼 더 인류의 뛰어난 지혜가 농축된 잣대가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잣대가 될 만한 선인들의 지혜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