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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안 풀릴 때면, 가닥이 잘 잡히지 않을 때면,
의심할 바 없이 분명한 것, 확실한 것부터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다 보면 불확실한 매듭들이 풀리면서 전체가 눈에 들어오곤 한다.

생각해보면, 진리란 멀고 복잡한 데가 아니라,
지극히 단순한 것,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물이 복잡하고 어지러워 보이는 것은 대개의 경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요소를 놓치거나 무시해버리고는
지엽적인 요소들에 지나치게 깊숙이 빠져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상황을 정리해보려는
힘겨운 노력의 소산인 경우가 많다.
무리하게 어렵게 정리했으니, 당연히 복잡하고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경우는 비록 다르지만, 다소 과장되어 알려진 게 분명한
재벌총수들의 놀랄 만큼 단순한 판단능력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전문가를 불러 다양한 견해들을 두루 듣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같지만,
그들은 백 마디 말 중에 아흔아홉은 예의상 듣는 척할 뿐이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하나, 즉 돈이 되는 것과 직접 관계있는 부분이다.
자본의 화신인 그들은 그야말로 동물적인 후각으로 그 부분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다른 부분은 가차없이 잘라버린다.
저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인 참모들은 그 단호한 판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삶은 물론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사회의 변화는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사람과 사회의 그런 다양한 복잡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바꾸는 어떤 의미있는 방략도 나올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들 속에서도
그것들을 빚어내는 기본 요소와 메커니즘들을 추출해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현상들을 역추적해 들어가면
그 속에는 틀림없이 사물의 토대를 이루는 단순한 요소들이 있다.
그렇게 단순한 요소들에 몇 가지 변수가 몇 단계에 걸쳐 가해지고
다양한 부분들이 상호작용하여 다양한 연관관계를 형성하면서,
복잡한 구조와 체계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현상들이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워 보이는 때일수록 확실한 것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는 가운데 하나둘 의문이 풀리면서 사물들 사이의 연관관계가 밝혀지고
그것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전체 사회상이 눈에 들어오며,
미래에 대한 비전도 솟아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