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학살 이후 - 학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반백년 이어진 극우반공체제하에서 전쟁 전이든 중이든 후든 학살당한 이들의 대부분은 ‘빨갱이’가 되었고 그 가족들은 ‘빨갱이 가족’이 되었으며, 학살 사실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불순분자’가 되었다. 그야말로 ‘멸균실’ 수준의 순수한 극우반공체제하에서는 중립도 상식도 통할 수 없었고, 민주니 인권이니 평화니 통일이니 하는 것들에도 색안경이 씌워졌다. 대학살의 그늘은 실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짙었다. 학살에 책임있는 사람들 중 다수가 우리 정부와 미국, 그리고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이니, 그 정황이 어땠을지 능히 짐작이 갈 것이다.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할 이유도 없이 개처럼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
4. 학살의 은폐, 왜곡 학살은 한 바탕 피바람으로 그치지 않았다. 학살의 땅에 선 대한민국과 그 후견인인 미국, 그리고 학살자들은 자신들의 손에 묻은 벌건 피를 하루 빨리 씻어내야만 했다. 그래도 사람 사는 땅에서 존경받고 권위를 인정받고 지도자로 행세하자면 학살자라는 멍에를 벗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일차적으로 취한 방법은 학살 자체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이었다. 전쟁중에 죽은 민간인의 수는 터무니없이 축소되었으며, 그조차도 전투나 학살과는 무관한 병사, 객사 따위로 처리되고, 다수는 그저 실종자나 행방불명자로 간주되었다. 그것으로도 문제를 덮을 수 없는 사람들에겐 학살이 아닌 그럴듯한 명분을 씌워 사실을 호도했다. 이제 오갈 수 없는 장벽이 된 ..
금정굴사건 진상규명운동이 시동을 건 지 어언 16년 여, 그 발동주체였던 고양시민회의 창립 21주년을 맞아 운동의 역사와 현황, 과제들을 정리해본다. 1. 금정굴학살 규명운동과 고양시민회 고양시민회가 금정굴과 연을 맺은 것은 1993년이다. 당시 금정굴사건을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있던 김양원 씨가 93년에 시민회 회장으로 선임되었고, 그해 여름 시민회에서 금정굴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정하면서 금정굴학살이 역사와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시민회는 당시 고양지역의 4개 민주단체들과 공동으로 금정굴사건진실규명위원회를 꾸려 금정굴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에 나섰고, 그와 동시에 당시 김양원 회장이 파악하고 있던 유족들을 중심으로 유족회가 꾸려져 공동활동을 하게 된다. 1993년 9월 25일의 제..
1. 죽이는 이야기 전쟁 때 한반도에서는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행’이 저질러졌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온 산하가 피로 철철 넘치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우리 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것을 ‘학살’이라고 부른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학살을 ‘아무런 위협이 없는데도 그저 좌익, 우익, 부역자 등 집합체의 성원이라는 이유 또는 혐의만으로 무고한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반백년 전 우리 대한민국은 온갖 유형의 ‘학살’의 전시장이요 백화점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죽었느냐고? 남한에서만 무려 1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투로 인한 군인, 민간인 희생자를 제외하고 순전히 ‘학살’당한 민간..
임금님은 벌거숭이잖아.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 어른이 돼서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를 다시 읽는 느낌은 색다르다. 짧은 이야기 속에 함축된 깊은 진리에 새삼 놀라고 자유롭고 기발한 스토리 전개에 탄복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어릴 때 그토록 엄청난 진리와 정의와 사랑과 용기와 상상력의 세례를 받으며 자랐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그런 자각은 세파에 휩쓸려 많은 것들을 잊은 채 무딘 감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실 속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추로 이어져,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이토록 나의 오감을 무디게 하고 내 눈에 꺼풀을 씌운 것이 무엇이며, 이토록 나의 마음을 갉아먹고 내 머리를 녹슬게 한 것이 또 무엇이며, 이토록 나의 손발을 묶고 내 발목을 ..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맹박이’가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70-80%도 아니고 기껏해야 40-50% 정도니 사실 특별난 건 아니지만, 작년 이맘때 10-20% 대에서 쩔쩔 매던 것에 견주어보면 ‘고공 행진’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돌이켜보면, 왕조 시대의 임금보다도 훨씬 더 큰 권력을 갖고서 수십 개의 칼을 동시에 휘두를 수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40-50%에 그치는 것을 ‘고공 행진’이라고 위안하는 작자들이나 그 정도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나 모두 정상은 아닌 것 같지만, 만사가 상대적이다 보니 그런 착시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철저하게 가진 자들을 위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B.C. 624?-545?)에게는 유명한 일화 두 개가 전해내려온다. 하나는 꾀부리다가 죽음을 자초한 나귀에 관한 이야기다. 탈레스가 어느 날 나귀 등에다 소금을 싣고 장에 가는데, 나귀가 개울을 건너다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졌다. 다시 일어선 나귀는 짐이 가벼워져서 기분이 좋았다. 얼마 후, 이번엔 솜을 싣고 같은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 지난번의 기억을 되살려낸 나귀는 미끄러지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물 속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나 물 먹은 솜이 이만저만 무겁지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끙끙대다가 일어서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편안함을 꾀하여 얕은 수를 부리는 것을 매섭게 질타하는 이야기다. 머리에 인용한 경구의 출처는 두 번째 일화로서, 천문학과 점성술에도 관심이 많던 탈레스가..
만일 미친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큰길로 나간다면 나는 목사라고 해서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나 치러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나 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한테서 핸들을 뺏어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2권 중 ‘유태인 문제와 교회’ ((대한기독교서회, 1967) ‘해설’에서 재인용) 히틀러와 나치의 광기가 독일을 지배하고 온 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우던 시절, 땅도 하늘도 숨을 죽이고 나치의 이념과 군홧발이 사람들을 질식시켜가던 히틀러 치하의 독일. 한 마디만 뻥긋 잘못해도 그 살벌한 게슈타포의 마수에 걸려 쥐도 새로 무르게 사라지던 당시 독일에서도, 양심의 목소리는 비록 모기 소리만큼 작을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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